❚ 연구의 배경과 목적
전북에서 전라감영은 문화적 상징이다. 전라감영과 전라감영지를 어떻게 복원하고 기념할 것인가는 전북의 지역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전북의 문화적 정체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긍극적으로 어떤 목표에 도달하게 할 것인가에 따라 전라감영 복원사업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금 전북에서 전라감영 복원사업은 많은 의미를 복합적으로 안고 있다. 먼저 전북의 오랜 저발전과 침체를 극복하고 자긍심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정치사회적 목표가 있다. 문화사적으로는 철저한 원형복원으로 이곳에 한국의 유일무이한 감영도시를 세우자는 주장에서부터 전주 전통문화의 중심거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전라감영 복원을 둘러싸고 기능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수많은 이견과 입장이 엇갈린다. 먼저 이곳을 구도심활성화의 핵심거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해당지역 주민들의 요구와 주장이 있다. 한편에서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문화 예술적 기능을 담아 한국의 ‘퐁피두센터’같은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처럼 전라감영은 복합적이고 다양한 관점과 입장 위에 서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들은 대부분 정당하고 합리적인 논리와 근거를 지닌다. 이는 곧 전라감영 복원사업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어야 하고, 좀 더 많은 연구와 공론의 장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전라감영이 지닌 역사적․정치적․문화적․건축사적 의미가 제대로 정립되어야만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전라감영 복원사업에 대한 논의는 1996년 연구자들에 의해 처음 제기되었다. 이후 학계와 전북도청, 전주시 등에서 공론화를 되었고, 2005년 전라감영 부지에 위치 했던 전북도청이 신청사로 이전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한편 전주시와 전북도를 비롯해 각 기관에서 여러 차례의 기본구상을 발표하였으며, 학계와 문화계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복원사업의 실질적 주체인 전북도와 전주시의 공식적인 합의 및 기본구상안은 발표된 바 없다.
전라감영 복원사업의 의미는 크게 다음의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전라감영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복원하여 전주의 자긍심을 되살리는 정신선양사업이라는 점이다. 전라감영은 단순한 옛 관청이 아니라 ‘감영 중의 감영’이라고 할 수 있다. 전라도가 가진 풍부한 농업생산성과 최고의 인구수준, 그에 기반한 한국 전통문화와 사상이 전라감영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둘째, 전라감영을 통해 전라도의 문화와 역사뿐만 아니라 한국 감영문화의 진수를 드러낼 수 있는 문화유산산업(Heritage industry)의 발전을 꾀하는 전략이다. 특히 전라감영 부지 인근에는 경기전과 객사 등 전통문화유산이 산재해 있어, 이들을 체계적으로 연결할 경우 전국적으로 경쟁력 있는 문화유산산업이 탄생될 것이다.
셋째, 전북도청 이전 후 급속히 공동화되고 있는 구도심 일대의 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사업의 의미가 있다. 전라감영 인근 구도심은 조선시대와 일제시대, 근대화시기를 통해 전주의 최고 상권으로 발전해왔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신도시가 형성되고 2006년 전북도청이 이전함으로써 급속한 공동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 일대를 활성화 하는 전략은 전주의 도시 정체성을 지키고, 구도심 일대에 생계 기반을 두고 있는 시민들에게 안정된 생활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넷째, 전라감영 복원사업은 전주시 전통문화중심도시 프로젝트의 핵심사업으로서 의미가 크다. 전주는 2004년부터 광주의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경주의 역사문화중심도시와 더불어 전통문화중심도시로서 도시정체성을 확보하고 문화적 발전을 모색해왔다. 전주는 이를 통해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 평가받아 왔으며, 문화관광부와 함께 전통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주시는 무형문화유산의 전당 건립, 한스타일 진흥원 건립 등 핵심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전라감영 복원사업은 이들 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의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전라감영 복원사업에 대한 논의는 지난 10여 년 간 계속 되어왔다. 최근 2~3년간은 내용적으로 진전된 구상들이 속속 제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결정이 미루어짐에 따라 관련 논의들만 계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로서는 무엇보다 구 전북도청 건물의 노후화에 따른 대비책 마련과 구도심 활성화 차원에서 기본계획의 수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전라감영 복원사업에 대한 그간의 논의를 종합하고, 복원사업의 기본적인 방향과 추진일정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전라감영 복원 추진체계와 사업비 및 복원 사업이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